
여행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권리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휠체어 사용자나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에게 여행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진행된 시각장애인 크루즈 여행과 한 가족의 3대 크루즈 여행 경험은 포용관광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시각장애인도 함께하는 포용관광, 부산 자갈치크루즈 여행
포용관광이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여행에 제약이 있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과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배려 차원을 넘어, 여행의 기회 자체를 균등하게 분배하자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부산 자갈치크루즈 여행은 바로 그 철학을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부산시 중구 남항에 위치한 자갈치크루즈 선착장에서 시각장애인과 동행인 총 250명이 특별한 바다 여행에 나섰습니다. 이 여행은 자갈치에서 출발해 송도와 태종대를 거쳐 다시 자갈치로 돌아오는 약 1시간 30분 코스로 구성되었습니다. 눈으로 풍경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참여자들은 파도로 흔들리는 배의 감촉, 뱃고동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바다 바람 등 오감으로 바다 여행의 매력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경남 양산시에서 참여한 이명숙 씨는 "바깥 구경을 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고요. 나는 배를 처음 타보는데, 정말 기분 좋고 진짜 오늘 뜻깊은 하루가 되겠네요"라고 소감을 전했으며, 같은 지역의 소재두 씨 역시 "이런 날,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너무 좋고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낼게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선실 안에서는 수준 높은 팝페라 공연이 이어졌고, 참여자들은 간단한 다과와 함께 공연을 편안하게 즐겼습니다. 특별히 준비된 점심 도시락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더했습니다. 동행인 권은영 씨는 "이렇게 문화 탐방을 통해서 기분 전환하고 갈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라고 말하며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개발팀원 성보영 씨는 "크루즈 여행은 복지관에서 한 번도 진행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마침 좋은 기회로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담당자로서 많이 뿌듯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시각장애인 크루즈 여행이 부산광역시시각장애인복지관 역사상 처음 시도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더욱 큽니다. 포용관광은 단지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공공 복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디사업이 열어준 문, 교통약자에게 더 넓은 여행의 기회
모디사업은 '모두의 여행을 디자인한다'는 의미를 담은 사업으로, 한국관광공사와 장애인복지관, 지역의 기업들이 협력하여 교통약자의 여행 폭과 기회를 넓히기 위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자갈치크루즈 여행도 바로 이 모디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부산관광공사가 주도적 역할을 맡았습니다.
부산관광공사 이정실 사장은 "부산관광공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모두의 여행을 디자인하는 모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즉, 포용관광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서 오늘은 부산시 시각장애인을 모시고 자갈치크루즈와 함께 여행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포용관광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예산과 협력 체계가 뒷받침된 정책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모두가 평등하고 균등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기업이 참여하는 지역 관광 추진 조직의 구축과 포용관광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장애인 여행권이 복지 차원을 넘어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모디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장애인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은 지역 내 관광 인프라 전체를 교통약자 친화적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을 지향하며, 지속 가능한 포용관광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역 기업과 복지관, 공공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는 특정 기관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 참여한 시각장애인들이 "이런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로 말한 것은 단순한 감사 표현이 아닙니다. 이는 교통약자들이 여행의 기회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반증하는 동시에, 모디사업과 같은 포용관광 프로그램이 더욱 빈번하게, 그리고 더 많은 지역에서 운영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3대 가족 크루즈 여행, 휠체어 사용자도 제약 없이 즐기다

이번에 소개할 또 하나의 이야기는 한 독자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단독주택 4층에 거주하며 휠체어로 생활하시는 시어머님은 평소 병원 방문 외에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계단으로 이루어진 주거 환경은 휠체어 사용자에게 사실상 집 밖 세상을 차단하는 장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어머님을 모시고 크루즈 여행을 결심했을 때, 처음엔 어머님 스스로도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크루즈에 오르신 후 어머님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크루즈 선내에서는 휠체어를 타고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었고,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그시고, 늦은 시간에도 갑판에 나가 바깥 공기를 마시며 공연도 관람하셨습니다. 여행을 마친 후 어머님께서는 "내년에 또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 한 마디야말로 크루즈 여행이 교통약자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이번 여행은 시어머님, 시누이, 남편, 딸이 함께한 3대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세대가 다르고 체력과 이동 능력이 각기 다른 가족이 함께 여행할 때 일반적인 여행지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어르신의 이동 속도에 맞춰야 하거나,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명소는 포기해야 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크루즈 여행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합니다. 선내는 배리어프리 설계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있어 휠체어 사용자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자의 속도와 취향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3대가 함께했음에도 서로 불편함 없이 각자의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은 크루즈 여행의 핵심 강점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편의성을 넘어, 가족 모두가 동등하게 여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교통약자를 포함한 가족 여행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크루즈 여행은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만족도 높은 선택지 중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여행은 특정한 누군가의 특권이 아닙니다. 시각장애인 250명이 부산 앞바다에서 파도 소리와 바람을 오감으로 느끼고, 4층 단독주택에 갇혀 지내던 한 어르신이 자쿠지에 몸을 담그며 웃음 짓는 모습은, 포용관광이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변화임을 증명합니다. 모디사업과 같은 포용관광의 확대가 더 많은 교통약자에게 "내년에도 가고 싶다"는 설렘을 선물하기를 바랍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시각장애인 크루즈 여행 / Copyright © KTV (한국정책방송원) — KTV 국민방송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ch164, www.ktv.go.kr), 국민리포트 김수연 기자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