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내 '소도시여행' 언급량이 올해 3월 기준 월 1만 92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그냥 유행이겠지" 싶었는데, 직접 반값여행 정책을 이용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고환율과 유류할증료 부담에 지쳐 국내로 눈을 돌렸더니, 오히려 해외 소도시에서 찾던 감성이 거기 있었습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소도시를 선택하는 진짜 이유
요즘 여행 커뮤니티를 보면 "일본 소도시 분위기가 나는 국내 여행지"를 찾는 글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게 단순히 돈 아끼려는 차선책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여행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행 업계에서는 이를 '체류형 여행'의 확산으로 분석합니다. 체류형 여행이란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방식 대신, 한 지역에 며칠 머물며 현지 골목과 상권을 직접 경험하는 여행 방식을 말합니다. 이전에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다녀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쉬었는지가 더 큰 의미를 가지는 방향으로 소비 성향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 여름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지난해보다 커졌다고 답한 한국인 여행객이 5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호텔스닷컴 '언팩 26' 여름 에디션). 묵호, 군산, 통영, 안동, 밀양 같은 지역들이 뚜벅이 여행객,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뚜벅이 여행이란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과 도보만으로 여행지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KTX 접근성이 좋은 소도시일수록 유리합니다.
반값여행 정책, 실제로 써보니 이렇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부 지원 여행 상품은 신청이 복잡하고 혜택도 별거 없겠지"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아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한 반값여행 사업의 구조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숙박과 식사, 체험 비용의 일부를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로 돌려받는 캐시백 방식입니다. 지역화폐란 특정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으로, 소비가 반드시 그 지역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덕분에 여행객이 쓴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소상공인에게 직접 돌아가는 효과가 생깁니다.
충북 괴산 자연휴양림을 평일에 이용한 여행객이 숙박비의 30%를 괴산사랑 상품권으로 돌려받고, 다음 날 점심값까지 해결했다는 사례는 이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경남 밀양의 경우 지난 4월 2,000명, 5월 2,500명 신청 물량이 각각 하루 만에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뜨거웠습니다.
이 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관광숙박업계가 체감하는 숙박할인권의 매출 기여도는 지난해 44.3점에서 올해 50.2점(100점 만점)으로 올랐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대 방안 검토를 공식화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이 바꾸는 것들

2017년 처음 발행된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경제 선순환을 만든다는 취지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국가 지원이 법적 의무가 아닌 임의 사항이었습니다.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버텨온 셈입니다. 전북의 경우 지난 정부의 세수 펑크와 국가 지원 예산 축소 상황에서도 14개 시군이 자체 예산을 유지하며 제도를 지켜왔다는 걸 알고 나서, 저는 그 현장의 절박함이 얼마나 컸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핵심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임의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전환됩니다.
- 제도의 목적이 지역 공동체 강화에서 지역 소멸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으로 확대됩니다.
- 개정안 제15조 6항에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추가 보조금 편성 조항이 신설됩니다.
- 중앙정부가 지역화폐 발행 및 운용 예산을 반드시 편성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추가 보조금 조항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전북 14개 시군 중 열 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는 상황에서, 이 조항은 실질적인 재정 지원 근거가 됩니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이란 저출생과 인구 유출이 겹쳐 지역 소멸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된 지역을 말하며, 한국고용정보원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소멸위험지수를 기준으로 지정됩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다만 법이 바뀐다고 제도가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법 개정이 실제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예산 편성 기준과 집행 방식에 대한 정밀한 실행 계획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 부분은 계속 지켜봐야 할 숙제입니다.
상품권을 쓰려면 그 지역을 알아야 한다
저는 반값여행의 진짜 장점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직접 이 구조를 경험해보니, 상품권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 가맹점과 상권을 찾아보게 됩니다. 사용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여행지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땅끝 해남의 반값여행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역 상품권으로 그 지역에서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계절별로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고 싶을 때, 근처 대형마트가 아니라 상품권 때문에 일부러 그 지역을 직접 방문하게 됩니다. 저렴하고 신선한 특산물도 구입하고, 현지 식당에서 밥도 먹고, 골목도 걷다 보면 어느새 그 동네가 좋아집니다. 로컬 소비(local consumption), 즉 여행객의 지출이 지역 상권에 직접 머무는 소비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소셜 데이터 기준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내 소도시 여행 언급량이 1년 새 82% 늘었다는 수치는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해외 소도시에서 찾던 '로컬 감성'의 수요가 국내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결국 소도시 여행의 매력은 낯선 곳에서 찾는 익숙함입니다. 일본 소도시처럼 정비된 관광 인프라는 없을 수 있지만, 그 골목이 가진 시간의 결은 어디서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반값여행 정책이 그 문턱을 낮춰주는 도구로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국내 소도시 여행은 당분간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아직 소도시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가장 가까운 인구감소지역부터 검색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괜찮은 여행지가 있을 겁니다.
《단 이틀만에 마감됐던 땅끝 해남 반값여행》보러가기 https://content58471.tistory.com/entry/
참고: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