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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건거 여행(자전거 인프라,생활형 도로, 관광자원)

by 오늘도 여행해 2026. 5. 6.

저는 60년대생으로, 어린 시절 자전거와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 시절 어린이용 자전거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려웠고, 키보다 큰 어른용 자전거로 배우려다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결국 포기했습니다. 강서구로 이사를 와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느끼며 달리고 있는 무리들을 보고 다시 도전하여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로로 나가다 보면 자동차가 무서워서 차에 싣고 나가서 타곤 합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자전거 전용도로가 원활하게 소통되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전거 인프라, 부산의 숨겨진 모순

부산은 연간 맑은 날 수와 대기 환경 면에서 전국 상위권에 드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산지가 많은 지형에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도로망이 겹쳐, 자전거 전용도로(Dedicated Cycle Lane) 보급률은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서 자전거 전용도로란 보행자와 자동차 동선과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구조의 도로를 말합니다. 단순히 노면에 그어놓은 자전거 표시선이 아니라, 별도의 구조물이나 녹지대로 차단된 공간이어야 진짜 전용도로입니다.

 

도로 위로 나가는 건 여전히 망설여집니다. 자동차가 무서워서 차에 싣고 나가 안전한 곳에서만 내려 타곤 했으니까요. 이것이 단순히 저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들이 도로 주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1위가 "자동차와의 혼재 불안"이라고 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인프라 문제가 이용률을 직접 억누르고 있다는 데이터입니다.

부산시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의 핵심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기존처럼 차도 한쪽에 선 하나 그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보행자·자동차와 완전히 물리적으로 차단된 구조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생활형 도로, 도시철도와 연결되는 133km

대중교통과 연결되는 생활형 자전거 도로망 확충이 필요합니다. 자전거와 연계하면 '집에서 역까지, 혹은 역에서 목적지까지'의 짧은 이동 구간을 의미하며, 대중교통 이용의 최대 불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우천 시 자전거를 보관하고 이용자가 대기할 수 있는 전용 시설도 갖춰져야 자전거 출퇴근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집니다.

 

제가 직접 바닷가 쪽 자전거 도로를 다녀보면서 느낀 건, 전용 주차 공간의 부재가 생각보다 훨씬 큰 장벽이라는 점입니다.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쓰려면 역사 근처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주차장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역 앞에 세울 곳이 없어서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지금도 빈번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꼭 짚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부산 곳곳의 자전거 도로를 타다 보면 길이 갑자기 끊기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도로가 이어지다 어느 지점에서 차도로 합류하거나 인도 위로 올라타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솔직히 그럴 때마다 황당했습니다. 아예 만들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133km를 새로 깔겠다는 숫자 못지않게, 기존 도로와 단절 없이 연속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설계가 이번 사업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산과 바다가 관광 자원이 되다

부산 강서구 신호동 둘레길
부산시 강서구에 있는 아카시아 향이 날리는 둘레길

 

자전거 코스가 잘 만들어지면 전국의 라이더들이 하루 이틀 머물며 코스를 완주하는 수요가 생깁니다.

저도 강서구 신호동에 있는 인공철새 서식지 명품둘레길을 직접 안내한 적이 있는데, 함께 간 30대 청년이 "도심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할 만큼 감탄했습니다. 그 언니는 그 이후 주 3~4회씩 직접 찾아올 정도로 빠졌습니다. 바다와 강과 습지가 어우러지는 그 풍경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해 삼락공원을 지나 양산 황산공원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제가 특히 좋아하는 코스입니다. 황산공원은 과거 낙동강 하류에서 딸기 농사를 짓던 지역이었는데, 홍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정부 하천 정비 사업을 통해 지금의 공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계절마다 축제가 열리고, 꽃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한참을 달려온 라이더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됩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런 거점들을 끊김 없이 연결해 준다면, 부산을 찾는 라이더의 수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아카시아꽃이 터널처럼 이어지는 둘레길 위를 자전거로 달리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그런 코스가 생긴다면, 저처럼 평지 위주로만 타던 사람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질 겁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제대로 갖춰진다면 건강, 환경, 관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현관 앞에 오래 방치해 뒀던 자전거를 다시 손질해서 바닷가로 나가볼 생각입니다. 다만 이번만큼은 설계 단계부터 촘촘하게 검토해서 도중에 길이 끊기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시급하지만 꼼꼼하게, 그 두 가지가 함께여야 이 계획이 진짜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입니다.


참고: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