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중세의 역사와 현대적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올드타운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며, 전 세계 여행자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성벽 위에서 만나는 붉은 지붕의 물결

두브로브니크를 처음 방문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올드타운 성벽 위에 올라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총 2km에 달하는 성벽 투어는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붉은 지붕'의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두브로브니크는 도시의 정체성이 된 붉은 지붕을 철저히 보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황빛과 적갈색의 기와 군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의 기와는 왜 붉은색일까요?
그 답은 바로 테라코타(흙을 구워서 만드는 벽돌, 기와, 도기)의 재료에 있습니다. 유럽의 기와에는 산화철(Fe₂O₃)을 함유한 흙이 사용됩니다. 이 흙을 약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마에 구우면, 흙 속의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오렌지색에서 적갈색에 이르는 다양한 붉은 톤의 색상이 발현됩니다.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붉게 녹스는 원리와 같은 이치입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전통 기와는 검은색입니다. 한국의 기와는 가마 안에서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숯불로 구울 때, 산소를 의도적으로 부족하게 만들어 불완전 연소를 유도합니다. 그 결과 산화철이 검은색을 띠게 됩니다. 숯불의 온도를 1도 단위로 조절하며 언제 불을 살피고 언제 숨을 쉬어야 하는지를 감으로 아는 장인만이 가능한 고도의 기술입니다. 동서양의 기와 색이 다른 이유가 단순한 미적 취향이 아니라 제조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여행의 즐거움에 지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778m) 정상에 오르면 크리스탈 블루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아드리아해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케이블카가 점점 높이 올라가는 4분 30초 동안 올드타운의 붉은 기와지붕들의 기하학적 패턴이 서서히 드러나며, 오른쪽으로는 엘라피티 제도(Elaphiti Islands)의 로푸드, 콜로첩, 시판 섬이 아드리아해에 흩뿌려진 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행 시 한 가지 꼭 챙겨야 할 실용 정보가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의 도로는 광택이 나는 반사 돌로 이루어져 있어 햇빛이 강하게 반사됩니다. 낮 시간에는 특히 더위가 강렬하므로,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입니다. 성벽 투어나 스르지산 방문 같은 야외 일정은 되도록 오전 시간대에 소화하는 것이 체력 소모를 줄이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왕좌의 게임 촬영지, 킹스랜딩의 현장을 걷다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골목을 걷다 보면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장면들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 속 배경지인 '킹스랜딩'이 바로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도시는 이제 단순한 역사 유산을 넘어, 전 세계 드라마 팬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현지 가이드가 가장 먼저 안내하는 곳은 성벽의 서쪽 문인 필레 게이트 아래의 항구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블랙워터 만(Black Water Bay)'으로 등장한 이 항구의 양쪽에는 높은 성벽과 계단이 있으며, 라니스터와 스타크 가문의 배가 드나들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 필레만은 두브로브니크가 수도였던 중세 라구사 공화국이 해상 방어와 무역의 중심으로 삼았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현재는 카약이나 보트를 즐길 수 있는 수상 스포츠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필레만 서쪽에는 37m 높이의 거대한 절벽 위에 로브리예낙 요새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에서는 '붉은 성'으로 등장했던 성채입니다. 동쪽에는 포트 보카르(Fort Bokar)라는 또 다른 요새가 자리하고 있으며,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보카르 성벽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필레만의 경치는 절경입니다.
드라마 팬이라면 성이그나시우스 교회 앞 '예수회 계단'을 반드시 방문해야 합니다.
이곳은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강렬하고 가슴 아픈 명장면이 촬영된 곳입니다.
세르세이 라니스터(레나 헤디)가 머리를 깎이고 벌거벗긴 채 군중의 조롱 속을 걸어가는 '수치의 행진(The Walk of Shame)'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 레나 헤디는 '몸 대역'을 사용했으며, 1000명의 오디션 경쟁을 통해 선발된 레베카 반 클리브가 나체로 사흘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레나 헤디의 얼굴을 레베카의 신체에 디지털로 합성했으며, 할리우드 무명배우였던 레베카는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 '최후의 제다이(2017)'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세르세이의 '수치의 행진'은 실제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1486년 6월, 에드워드 4세의 정부(情婦)였던 제인 쇼(1445~1527)가 에드워드 4세 사후 왕좌를 찬탈한 리처드에 의해 간음죄와 마녀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그 원형입니다. 그녀는 반투명한 흰 튜닉만 입은 채 세인트폴 대성당부터 런던의 거리를 행진하는 '공개 참회' 형벌을 받았습니다. 허구와 역사가 겹쳐지는 이 장소에서 여행자들은 단순한 관광 그 이상의 인문학적 감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올드포트 항구에서 배를 타면 닿을 수 있는 로크룸 섬에는 드라마 속 '철 왕좌'가 실제로 전시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앉아 기념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필레 게이트 앞 광장의 프란체스코 수도원에는 1317년에 설립된 약국이 있는데,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약국(1221년)보다는 역사가 짧지만, 현재도 운영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약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사들의 200년 된 레시피로 허브와 오일을 활용해 만든 장미 크림이 특히 유명한 기념품입니다.
크로아티아 전통요리 페카와 여행자를 위한 실용 팁

크로아티아는 지중해 연안의 발칸반도 국가로, 신선한 올리브와 치즈, 와인을 곁들인 음식 문화가 깊이 발달해 있습니다.
두브로브니크를 여행한다면 크로아티아 전통음식인 '페카(Peka)'를 반드시 경험해볼 것을 권합니다.
페카는 종 모양의 철제 뚜껑이 있는 용기 안에 고기와 감자, 당근, 양파, 로즈마리, 올리브유, 와인, 파프리카, 토마토 등을 넣고 숯불로 오랜 시간 익히는 요리입니다.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뒷골목에 있는 '로컬 페카(Local Peka)'에서는 준비하는 데만 5~6시간이 걸리는 송아지 페카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재료들이 긴 시간 동안 서로의 향과 수분을 교환하며 익기 때문에, 한국의 뚝배기 찜과 유사한 깊고 풍부한 맛이 납니다. 마랑군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문어 페카는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으로 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페카 요리에 앞서 맛볼 수 있는 크로아티아 '프로슈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돼지 넓적다리를 아드리아해의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천천히 숙성시킨 이 육류 가공식품은 깊이 있는 풍미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편, 두브로브니크를 포함한 유럽 여행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교통편 문제입니다. 유럽 여행 중에는 버스나 기차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예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이동 일정은 반드시 출발 전후로 여러 차례 확인하고, 대안 경로를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일정을 짜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화장실 문제도 실용적인 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유럽의 공중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이지만, 젤라또 가게나 카페 등 음식점에 들러 간단한 음식이나 음료를 구매하면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현지인들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친절도에 관해서도 편견 없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관광객이 워낙 많이 몰리는 두브로브니크 특성상 일부 상점이나 식당에서 불친절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친절하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지나친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현지인들을 대하는 것이 더 풍성한 여행을 만들어줍니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는 붉은 지붕의 도시 경관, '왕좌의 게임' 촬영지라는 문화적 매력, 그리고 페카로 대표되는 깊은 음식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교통 확인, 화장실 이용법, 선글라스와 선크림 준비, 오전 투어 일정 등 실용적인 준비를 갖춘다면 더욱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두브로브니크(크로아티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