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신청서를 받아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다는 게, 그 광활한 초원 나라에? 부산 BMGM 환경봉사 단체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기획한 해외 나무 심기 행사였는데, 처음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몽골을 조금씩 알아가다 보니, 이 봉사가 왜 필요한지 오히려 제 쪽에서 납득이 됐습니다.
사막화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구조

몽골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15배가 넘는 땅이지만, 사람이 실제로 살 수 있는 구역은 극히 좁습니다. 초원, 사막, 삼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통적으로는 가축을 쫓아 이동하는 유목 생활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사막화(desertification)란 초지가 점차 사막으로 변해 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풀이 자라던 땅이 모래바람만 남는 불모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몽골에서는 이 사막화가 해마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봄철인 3월에서 4월 사이에만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의 가축이 굶어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몽골어로 '조드(dzud)'라고 불리는 이 혹한과 가뭄의 복합 재해는, 유목민들에게는 생존 기반 전체가 무너지는 사건입니다. 조드란 겨울 폭설과 봄 가뭄이 연이어 덮치는 기상재해로, 가축이 풀을 찾지 못해 대규모로 폐사하는 것을 뜻합니다.
살 길을 잃은 유목민들은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듭니다. 전체 인구 35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울란바토르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소련이 도시를 설계할 당시 15만에서 20만 명 규모로 계획한 도시에 지금은 그 10배 가까운 인구가 밀집해 있습니다. 확장성이 처음부터 낮게 설계된 분지형 도시에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사막화가 가속화되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한 방목으로 인한 초지 훼손
- 기후변화로 인한 강수량 감소 및 기온 상승
- 산림 벌채로 인한 토양 수분 유실
- 무분별한 광물 자원 개발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 수치로 보면 더 심각하다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은 단순한 생활 불편 수준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치보다 수십 배 높은 미세먼지 농도가 겨울철마다 측정됩니다. 초미세먼지(PM2.5)란 지름 2.5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 입자를 말하는데,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울란바토르는 겨울철 PM2.5 농도가 세계 최악 수준의 오염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WHO 세계보건기구).
왜 이렇게까지 나빠졌을까요. 도시 외곽의 게르촌(ger district), 즉 울란바토르 주변에 유목민들이 이동식 전통 가옥인 게르를 치고 모여 사는 비공식 주거 지역이 급격히 확산된 것이 결정적입니다. 게르촌이란 도시 계획 없이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이주민 집단 거주 구역을 가리킵니다. 이 지역은 난방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이 겨울철 생존을 위해 폐타이어,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 등 눈에 띄는 모든 것을 태웁니다. 문제는 울란바토르 자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구조라 바람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연이 빠져나갈 곳이 없어 도시 전체가 짙은 스모그에 갇혀 버립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추위를 견뎌야 살 수 있는데, 그 방법이 다시 자신들의 공기를 독으로 만드는 악순환이었으니까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도 현재 건설이 확정된 상태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도로는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나무 심기 봉사, 그 효과와 한몽 우호관계의 가능성
봉사 준비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관리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건조한 몽골 기후에서 묘목 하나가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인 수분 공급과 사후 관리가 필수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삽질 한번 하고 끝나는 행사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나라들이 몽골 국토를 나라별 구역으로 나눠 조림(afforestation)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조림이란 나무가 없는 땅에 새로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도 그 참여국 중 하나로, 황사 차단이라는 실질적 이해관계와 함께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 및 민간단체들은 몽골 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 사업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그 누적 면적이 수천 헥타르에 달합니다(출처: 환경부).
제가 이번 봉사에서 또 하나 마음에 담은 것이 있는데, 바로 양국 국민 사이의 정서적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는 점입니다. 몽골에는 한국어를 알아듣고 구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일하다 돌아간 분들이 워낙 많고, 그분들이 현지에 한국 문화와 언어를 자연스럽게 퍼뜨렸기 때문입니다. BMGM 같은 민간 봉사단체의 활동이 이 우호적 관계의 토양 위에서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녀와서 실질적인 후기 다시 올리겠습니다.
몽골도 언젠가 우리나라가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꿨던 것처럼 그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사례는 국제사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조림 모범 사례로 꼽히는 역사입니다. 그 경험을 나누는 것이 한국이 몽골에 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BMGM이 창립 10년 만에 처음 시도하는 이번 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해마다 이 행사가 이어진다면, 나무 한 그루씩 쌓이는 것처럼 양국의 신뢰도 차곡차곡 쌓여갈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의 초원에 심은 나무가 결국 우리의 하늘까지 맑게 하는 일이라는 것, 봉사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몽골에 가기 전, 그 땅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는 것이 나무 한 그루보다 먼저 심어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봉사여행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로 느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심은 나무가 그곳에서 계속 자랄 것이라는 약속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