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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과 관광객을 차별화 한 일본 (오버투어리즘, 가격차별, 한국여행객)

by 오늘도 여행해 2026. 5. 11.

 

솔직히 저는 일본을 '검소하고 원칙을 지키는 나라'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오사카 거리를 혼자 산책하다 마주친 풍경, 아무도 보지 않는데 신호를 철저히 지키는 차들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일본의 관광 정책 소식은 그 인상을 조금씩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을 명분으로 한 이중가격제

일본 화폐 엔화
일본 화폐

 

솔직히 저는 히메지성 입장료가 두 배 넘게 오른 사실을 현장에서 처음 알았을 때 당황스러웠습니다. 1,000엔으로 알고 갔더니 2,500엔이 되어 있었고, 그것도 외국인과 타 지역 주민에게만 적용되는 이중가격제(dual pricing system)였습니다. 여기서 이중가격제란 같은 서비스나 시설에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서로 다른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관광 수요 조절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외국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입니다.

히메지성 측에 따르면 요금 인상 이후 3월 한 달간 입장객은 전년 대비 약 17% 줄었지만 입장 수입 총액은 오히려 2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숫자만 보면 성공적인 정책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게 단순한 수익 모델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관광 수요를 분산하거나 현지인 불편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인 가격 인상 카드를 먼저 꺼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꿈의 대교'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꿈의 대교'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특정 관광지에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려 현지 주민의 일상과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뜻합니다. 시즈오카현 후지시의 '꿈의 대교'가 그 단적인 예입니다. 제가 직접 방문했을 때 본래 교량으로 기능해야 할 육교가 관광 사진 명소로 변해 질서 안내 인력이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주민 불편이 현실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해법이 오로지 가격이어야 하는가, 거기서 저는 멈칫하게 됩니다.

핵심 포인트:

  • 히메지성: 2025년 3월부터 외국인·타 지역 주민 입장료 1,000엔 → 2,500엔으로 인상
  • 교토: 2025년 3월부터 숙박세 인상, 이르면 2026년부터 시내버스 관광객 요금 230엔 → 350~400엔 조정 예정
  • 일본 전국: 오버투어리즘 대책 지역을 현행 47개에서 100개 지역으로 확대 추진 중

세금과 제도 변화, 여행 비용이 달라진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과되는 출국세(departure tax)도 오릅니다. 출국세란 해당 국가를 떠날 때 여행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일본은 2025년 7월부터 기존 1,000엔에서 3,000엔으로 3배 인상할 예정입니다. 항공권에 자동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여행자가 따로 인식하기 어렵지만,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체감 부담이 상당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르면 2029년부터는 전자여행허가제(JESTA, Japan 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JESTA란 현재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한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 여행자들도 사전에 별도 심사를 받고 수수료를 납부해야 입국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호주의 ETA나 미국의 ESTA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실상 간소화된 비자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면세 제도 역시 2025년 11월부터 구조가 바뀝니다. 기존에는 쇼핑 시 매장에서 즉시 소비세(10%)를 공제받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출국 시 공항에서 증빙서류와 물건을 직접 제시해야 환급이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면세 혜택이 관광 소비를 늘리는 핵심 유인책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공항에서 출국 수속에 쫓기는 상황에서 환급 줄까지 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런 번거로움이 쌓이면 결국 면세 혜택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방일 관광객 6,000만 명, 관광 소비액 15조 엔 달성을 공식 목표로 세웠습니다(출처: 일본관광청). 관광객을 더 많이 부르겠다면서 동시에 비용 부담을 계속 올리는 방향이 서로 모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방문객 수보다 1인당 소비액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쉽게 말해 사람은 줄이되 돈은 더 쓰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한국 여행객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일반적으로 일본 관광에 가장 많이 지출하는 나라는 중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방문객 수 기준으로는 한국이 압도적 1위입니다. 2024년 한 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945만 명으로,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보다도 많습니다(출처: 일본정부관광국 JNTO).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가격 차별 정책의 직격탄을 맞는 나라가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일본을 자주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비행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하고, 낮은 엔화 가치 덕분에 체감 물가가 낮으며, 문화적으로도 낯설지 않습니다. 해외여행이라는 특별함과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이 공존하는 여행지였던 것입니다. 제가 오사카를 걸으며 느꼈던 그 검소하고 정돈된 분위기, 오래된 것을 억지로 화려하게 바꾸지 않는 태도 역시 일본만의 매력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관광객이 몰리면 도로부터 넓히고 새 건물로 바꾸는 것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방향을 보면, 그 매력을 누리기 위한 조건이 점점 외국인에게 불리하게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미 주요 사찰과 관광지 입장료, 각종 패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고, 일부 식당에서는 외국인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사례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기간 여행하는 관광객이 이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피해 다닌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싫으면 안 가면 그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이 해결책이 되기엔 현실이 좀 복잡합니다. 정책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해도, 방문객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인이 결과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구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일본의 변화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든 것은, 여행지를 한곳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이 분명 있지만, 비슷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여행지는 세상에 생각보다 많습니다. 현지인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그 땅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고를 권리는 여전히 여행자에게 있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 갈수록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솔직히 지금도 있습니다.


참고: Copyright © 오마이뉴스